일단 병원에 가게된 경위부터 이야기해보자. 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 달 4일, 오후 5시에 손톱관리를 예약해둬서 부랴부랴 자전거를 타고 10분 거리의 네일샵을 향하고있었다. 모퉁이를 돌아서 300미터만 더 가면 되는 거리였는데 거기서 하필이면 다른 자전거랑 부딪혔다. 항상 다니던 길이었고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달려왔던 일은 없었기 때문에 부딪힌 직후 자전거가 왼쪽으로 쓰러지면서 왼쪽 새끼손가락과 무릎이 자전거에 깔렸다.
부딪힌 상대는 평일이던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하교하던 여고생 두 명이었고, 그 중 오른쪽에서 직진하고 있던 아이와 왼쪽으로 커브하려고했던 내가 부딪힌 것이었다. 둘 다 넘어졌지만 상대방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이었다. 그 아이는 나에게 괜찮냐고 상태를 물어보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파출소(交番이라고해서 우리나라의 경찰서같은 느낌이다.)에 전화해 현재 위치와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약 3분 정도가 지나 바이크를 탄 순사(경찰)들이 5명 정도 와서 내 인적사항, 부딪힌 상대의 인적사항을 적고 어디서 어떻게 부딪혔는지 설명하게 되었다. 상대방은 아무래도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사고가 난 사실을 알렸고, 혹시 모르니 서로의 연락처도 교환하고 일은 마무리 되었다. 나는 왼쪽으로 꺾기 전에 잠시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점, 상대방은 자전거도로를 지키지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점에서 쌍방과실이라는 결론이 났다.
경찰의 말을 들어보니 사고가 났을 때 다치면 병원에 가서 사고가 났을 때의 진단서를 따로 떼서 그걸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찰들이 무서운 사람들인건 아니었지만 그 상황이 무서웠다.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고 거기다 유학생에 가까운 친척조차도 없어서 만약 부딪힌 아이의 부모가 그걸로 꼬투리잡을 것 같아서 불안했다.(그래도 지금까지 아무 연락없이 조용히 넘어간 것 같다. 다행.)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경찰도 떠나고 그 아이들도 간 다음에 학교 교무과에 연락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몰랐는데 점점 새끼손가락이 시퍼렇게 부어올라 욱신거리는게 느껴졌다. 중학생 때 축구공으로 피구를 하다가 어떤 남자애가 던진 공에 맞아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골절된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이럴 때 일본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이럴 때 정형외과를 가겠지만 일본은 정형외과=성형외과다. 정형외과의 정형整形과 성형외과의 성형成形이라는 한자의 발음이 같아서 혼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성형을 상담받고 싶으면 피부과로 가야한다.
일단 그 날은 집으로 돌아가 몸을 좀 쉬게하고 내일가야지하고 생각하면서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에 통증이 느껴져 일어날 수도 없었다. 교통사고가 나면 직후에는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사고 직후보다 다음 날이 더 아프다는 걸 찾아보고 그 날은 그냥 약 먹고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새끼손가락은 너무 아파서 얼음찜질을 하고 이틀 후에 정형외과에 갔다.
이틀이 지났지만 그 피로는 아직도 쌓여있어서 예약하고 기다리는데 또 잠들었다가 깨는걸 반복했다. 그때의 흐릿한 기억으로 떠올려보면 정형외과에는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허리 디스크로 찾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셨고, 그 사이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엑스레이를 먼저 찍게하고 진료실에서 5분 정도를 기다리니 안으로 부르셨다. 다행히도 골절은 아니었고 조금 심한 넨자(捻挫염좌)라고 하셨다. 굉장히 털털했던 그 선생님은 바르는 약or붙이는 약 둘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하셨고 나는 그래도 파스가 더 익숙했기 때문에 붙이는 약으로 처방받았다. (참고로 일본의 약처방은 접수처에서 바로 해준다. 약국에 따로 갈 필요없다.)
그 당시가 기말시즌이었기 때문에 난 한 과목 시험을 거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부딪힐 때 핸들을 너무 꽉 쥐고있었던 탓에 팔부터 어깻죽지까지 근육통이 심하게와서 한 번 누우면 몸을 뒤척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가족한테도 이 사실은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 알렸었다. 사고 난 직후에 그렇게 연락하면 더 호들갑 떨게 분명하니까... 이번 사고로 깨달았던 건 확실히 혼자 살면 서러울 때도 있다는거다. 몸 건강 잘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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