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생활

[일본생활] 일본에서 병원가기③ -넨자(捻挫) 편-

by NIHAN_ 2022. 9. 26.
반응형

일단 병원에 가게된 경위부터 이야기해보자. 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 달 4일, 오후 5시에 손톱관리를 예약해둬서 부랴부랴 자전거를 타고 10분 거리의 네일샵을 향하고있었다. 모퉁이를 돌아서 300미터만 더 가면 되는 거리였는데 거기서 하필이면 다른 자전거랑 부딪혔다. 항상 다니던 길이었고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달려왔던 일은 없었기 때문에 부딪힌 직후 자전거가 왼쪽으로 쓰러지면서 왼쪽 새끼손가락과 무릎이 자전거에 깔렸다.

 

부딪힌 상대는 평일이던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하교하던 여고생 두 명이었고, 그 중 오른쪽에서 직진하고 있던 아이와 왼쪽으로 커브하려고했던 내가 부딪힌 것이었다. 둘 다 넘어졌지만 상대방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이었다. 그 아이는 나에게 괜찮냐고 상태를 물어보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파출소(交番이라고해서 우리나라의 경찰서같은 느낌이다.)에 전화해 현재 위치와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약 3분 정도가 지나 바이크를 탄 순사(경찰)들이 5명 정도 와서 내 인적사항, 부딪힌 상대의 인적사항을 적고 어디서 어떻게 부딪혔는지 설명하게 되었다. 상대방은 아무래도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사고가 난 사실을 알렸고, 혹시 모르니 서로의 연락처도 교환하고 일은 마무리 되었다. 나는 왼쪽으로 꺾기 전에 잠시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점, 상대방은 자전거도로를 지키지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던 점에서 쌍방과실이라는 결론이 났다.

사고 난 곳

경찰의 말을 들어보니 사고가 났을 때 다치면 병원에 가서 사고가 났을 때의 진단서를 따로 떼서 그걸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찰들이 무서운 사람들인건 아니었지만 그 상황이 무서웠다.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고 거기다 유학생에 가까운 친척조차도 없어서 만약 부딪힌 아이의 부모가 그걸로 꼬투리잡을 것 같아서 불안했다.(그래도 지금까지 아무 연락없이 조용히 넘어간 것 같다. 다행.)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경찰도 떠나고 그 아이들도 간 다음에 학교 교무과에 연락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고가 난 직후에는 몰랐는데 점점 새끼손가락이 시퍼렇게 부어올라 욱신거리는게 느껴졌다. 중학생 때 축구공으로 피구를 하다가 어떤 남자애가 던진 공에 맞아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골절된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이럴 때 일본에서 갈 수 있는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이럴 때 정형외과를 가겠지만 일본은 정형외과=성형외과다. 정형외과의 정형整形과 성형외과의 성형成形이라는 한자의 발음이 같아서 혼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성형을 상담받고 싶으면 피부과로 가야한다. 

 

일단 그 날은 집으로 돌아가 몸을 좀 쉬게하고 내일가야지하고 생각하면서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에 통증이 느껴져 일어날 수도 없었다. 교통사고가 나면 직후에는 우리 몸이 생존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사고 직후보다 다음 날이 더 아프다는 걸 찾아보고 그 날은 그냥 약 먹고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새끼손가락은 너무 아파서 얼음찜질을 하고 이틀 후에 정형외과에 갔다.

 

이틀이 지났지만 그 피로는 아직도 쌓여있어서 예약하고 기다리는데 또 잠들었다가 깨는걸 반복했다. 그때의 흐릿한 기억으로 떠올려보면 정형외과에는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허리 디스크로 찾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셨고, 그 사이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분도 있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일단 엑스레이를 먼저 찍게하고 진료실에서 5분 정도를 기다리니 안으로 부르셨다. 다행히도 골절은 아니었고 조금 심한 넨자(捻挫염좌)라고 하셨다. 굉장히 털털했던 그 선생님은 바르는 약or붙이는 약 둘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하셨고 나는 그래도 파스가 더 익숙했기 때문에 붙이는 약으로 처방받았다. (참고로 일본의 약처방은 접수처에서 바로 해준다. 약국에 따로 갈 필요없다.)

파스같은 붙이는 염좌약 록소프로펜Na라고 적혀있다.

그 당시가 기말시즌이었기 때문에 난 한 과목 시험을 거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부딪힐 때 핸들을 너무 꽉 쥐고있었던 탓에 팔부터 어깻죽지까지 근육통이 심하게와서 한 번 누우면 몸을 뒤척이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가족한테도 이 사실은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 알렸었다. 사고 난 직후에 그렇게 연락하면 더 호들갑 떨게 분명하니까... 이번 사고로 깨달았던 건 확실히 혼자 살면 서러울 때도 있다는거다. 몸 건강 잘 챙기자.

반응형

댓글